도시의 건물 옥상이나 학교 한켠에서 꿀벌을 기르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을까요?
이들은 바로 ‘도시 양봉가(Urban Beekeeper)’입니다.
한때 양봉은 시골 농촌에서만 가능한 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도심 한복판에서도 가능해졌습니다.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주요 도시의 옥상이나 공공시설, 심지어 카페 옥상에서도 벌통을 설치한 사례가 점점 늘고 있죠.
그 이유는 단순히 꿀을 얻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환경 보호, 생태 복원, 로컬 푸드 운동, 그리고 힐링의 가치 때문입니다.
도시 양봉가는 단순한 직업을 넘어,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의 새로운 일자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1. 도시 양봉가가 하는 일
도시 양봉가는 이름 그대로 도심 속에서 꿀벌을 사육하고 관리하며, 꿀을 생산하는 사람입니다.
기존의 농촌 양봉과는 달리, 제한된 공간(옥상, 정원, 학교, 공원 등)에서 벌통을 설치하고
도시 내 꽃, 가로수, 공원 식물 등에서 벌들이 꿀을 모으게 합니다.
이들의 주요 업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 벌통 관리: 여왕벌 상태 확인, 일벌의 활동 점검, 벌집 청소
- 꿀 채밀: 봄·초여름(4~6월)에 꿀을 채취하고 여과 및 병입 작업
- 질병 관리: 응애, 부저병 등 꿀벌 질병 예방 및 방제
- 도심 환경 점검: 주변 공원, 화단의 개화 시기 확인
- 교육·체험 프로그램 운영: 시민 대상 양봉 체험, 꿀 시식, 생태 교육
즉, 도시 양봉가는 단순한 ‘양봉인’이 아니라 환경 활동가이자, 교육가, 로컬 생산자의 역할까지 수행합니다.
2. 도시 양봉가가 되는 법
도시 양봉가가 되기 위해 특별한 자격증이 필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전문성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정이 도움이 됩니다.
- 양봉 교육 수강하기
- 지역 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지원센터, 민간 협회 등에서 운영
- ‘도시 양봉 기초 과정’은 1~2개월, 수강료 20만~40만 원 정도
- 벌의 생태, 벌통 설치법, 채밀(꿀 채취), 방제 등을 배움
- 도시 양봉 협회 등록 및 허가 절차
- 일부 지자체는 옥상 양봉 허가를 위해 건물주 동의서 및 관리계획서를 요구
- 벌통 수(보통 3~10통 이하)에 따라 신고 의무가 다름
- 장비 준비
- 벌통(10~15만 원), 보호복(5만 원), 채밀기(15만 원 이상), 여과망, 병입기 등
- 최소 50만~80만 원 정도면 소규모 시작 가능
- 시작 후 관리
- 꿀벌은 온도·습도에 민감하므로 주 1~2회 상태 점검 필수
- 겨울에는 벌통 보온과 먹이 공급(설탕물)로 월동 준비
- 꿀 판매 또는 체험 연계
- 로컬마켓, 온라인스토어, 카페 납품 등으로 판매 가능
- 꿀 시식 행사, 양봉 체험, 교육 프로그램으로 부수 수입 창출
이처럼 도시 양봉은 초기 진입 장벽이 낮고, 도심에서도 가능한 생태 기반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3. 현실 수익 구조와 단가
도시 양봉의 수익은 단순히 꿀 판매로만 결정되지 않습니다.
꿀 판매 + 체험 교육 + 브랜드 상품화까지 합치면 꽤 실질적인 수입을 만들 수 있습니다.
꿀 판매 | 1kg당 3만~5만 원 | 벌통 1개당 연 10~15kg 생산 가능 |
꿀비누·로션 등 가공품 | 제품당 1만~3만 원 | 부가가치 높음 |
양봉 체험 프로그램 | 1인당 1~2만 원 | 주말 10명 기준 20만 원 수익 |
교육·강연 | 1회 30만~80만 원 | 환경단체, 학교 등 |
카페·호텔 협업 | 납품 단가 협의 | 브랜딩 꿀 공급 가능 |
예를 들어, 벌통 5개를 운영하는 개인 도시 양봉가라면
연간 꿀 60kg 생산 × 평균가 4만 원 = 약 240만 원의 순수 꿀 수익을 얻습니다.
여기에 주 1회 체험 프로그램(월 4회 × 20만 원 = 80만 원)을 운영하면,
한 달 평균 100만 원 이상의 추가 수입,
연간으로는 1000만 원 이상의 현실적인 부수입이 가능합니다.
물론 ‘직업’으로 완전히 전업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환경교육 + 소규모 판매 + 콘텐츠 제작(유튜브, 블로그)’까지 결합하면
월 200만~400만 원의 꾸준한 수익을 만들 수 있는 사례가 많습니다.
4. 도시 양봉가의 하루 일과
도시 양봉은 계절에 따라 일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봄~여름은 ‘벌들의 전성기’, 가을~겨울은 ‘보호와 관리’의 시기입니다.
봄(3~5월)
- 오전 8시~10시: 벌통 점검, 일벌 상태 확인, 먹이 공급
- 오전 11시~오후 2시: 주변 꽃 개화 상태 조사, 꿀 채취 준비
- 오후: 채밀기 청소, 꿀 여과 및 병입
여름(6~8월)
- 오전: 온도 관리, 통풍 조절
- 오후: 벌통 내 응애 확인, 여왕벌 교체 여부 점검
- 저녁: 벌의 활동 영상 촬영, SNS 콘텐츠 제작
가을~겨울(9~2월)
- 주 1~2회 점검만 진행 (먹이 공급, 보온 조치)
- 꿀가공품 제작, 마켓 준비, 교육 프로그램 기획
즉, 봄·여름은 활동이 많고 바쁜 시기지만, 겨울엔 비교적 여유가 있어
‘반(半) 시즌성 직업’으로 병행하기 좋습니다.
그래서 실제 도시 양봉가들 중에는 디자이너·교사·직장인들이 많습니다.
5. 실제 사례 — “옥상에서 시작한 꿀벌이 내 직업이 되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박지연(가명) 씨는 평범한 카페 운영자였습니다.
하지만 ‘도시에서도 꿀벌을 기를 수 있다’는 프로그램을 보고 양봉을 시작했죠.
처음엔 옥상에 벌통 두 개만 놓고 취미로 시작했지만,
벌들이 모은 꿀의 품질이 좋아 손님들에게 인기가 생겼습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처음엔 꿀을 팔겠다는 생각보다, 도심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보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손님들이 꿀 맛을 보고 ‘이거 어디서 샀어요?’ 하면서 주문이 늘었죠.”
지금은 벌통 8개를 운영하며, 꿀을 카페 디저트 재료로도 활용하고
‘도시양봉 체험 클래스’를 운영해 월 200만 원 정도의 부수입을 얻고 있습니다.
박 씨는 “도시 양봉은 수입도 좋지만, 매일 꿀벌을 보며 마음이 치유된다”며 웃었습니다.
6. 도시 양봉의 장단점
장점
- 초기비용이 낮고, 도심에서도 가능
- 자연·환경에 대한 힐링 효과, 정신적 만족도 높음
- 체험·교육 등으로 부수입 다각화 가능
- 정부·지자체 지원 사업 다수 존재 (서울시 도시양봉 지원, 농업기술센터 등)
- 친환경 브랜드로 확장 용이 (로컬푸드, 꿀가공품)
단점
- 벌 쏘임 위험 (초보자에게는 주의 필요)
- 도심 비행제한구역, 민원 발생 가능성
- 여름철 고온 관리 어려움
- 수익이 계절적 (봄·여름 집중)
- 전문적인 벌 관리 지식 필요
도심 속 작은 벌통이 만드는 거대한 가치
도시 양봉가는 단순히 꿀을 생산하는 직업이 아닙니다.
그들은 도심 속 생태계를 되살리고, 사람과 자연을 잇는 연결자입니다.
벌이 만든 꿀은 단지 달콤한 음식이 아니라, 도시 환경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무겁고 복잡한 도시 속에서도, 옥상 한 켠에서 벌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은
우리에게 ‘자연은 여전히 가까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리고 그 벌들을 돌보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직업이자 삶의 의미가 됩니다.
도시 한복판에서도 자연과 함께 일하고 싶다면 —
그 시작은 작은 벌통 하나, 그리고 도시 양봉가라는 이름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