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세상을 떠난 뒤에도 온라인 세상 속에 기록이 남습니다. 이메일, SNS 계정, 사진, 영상, 블로그, 클라우드에 저장된 파일까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디지털 흔적은 이제 새로운 형태의 ‘유산’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남겨진 가족에게는 이 기록들이 때로는 위로가 되지만, 관리되지 않은 방대한 데이터는 오히려 짐이 될 때가 많습니다. 바로 이때 필요한 직업이 디지털 유품 정리사입니다. 이 직업은 고인의 디지털 기록을 정리하고 필요한 자료는 보존하며, 불필요하거나 위험한 정보는 안전하게 삭제해주는 일을 전문적으로 수행합니다. 사회가 점점 더 디지털화되면서 이 직업의 필요성은 빠르게 커지고 있으며, 새로운 유망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1. 디지털 유품 정리사의 정의
디지털 유품 정리사는 고인이 남긴 온라인 흔적을 정리하고, 가족이 원하는 자료를 선별·보존하며,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는 데이터는 안전하게 삭제하는 전문가입니다.
이 직업은 크게 두 가지 역할을 가집니다.
- 보존의 역할 – 사진, 영상, 이메일, 문서 중 가족에게 의미 있는 자료를 선별하여 디지털 앨범이나 USB, 클라우드 형태로 전달합니다.
- 삭제의 역할 – 개인정보가 담긴 계정, 금융 관련 데이터, 로그인 정보 등을 폐기하거나 계정을 해지하여 보안 사고를 예방합니다.
2. 주요 업무
- 계정 확인: 이메일, SNS, 블로그, 클라우드 등 고인의 계정을 파악
- 데이터 분류: 중요한 자료와 불필요한 자료를 나눔
- 보존 작업: 의미 있는 사진·영상·문서를 복구하고 백업
- 삭제 작업: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는 계정을 해지하거나 데이터 삭제
- 보고서 작성: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가족에게 전달
- 추가 서비스: 온라인 추모관 제작, 디지털 앨범 편집, 가족 인터뷰 영상 제작
3. 디지털 유품 정리사의 하루 일과
디지털 유품 정리사의 하루는 단순히 컴퓨터 앞에 앉아 삭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업무는 상담, 데이터 기술 작업, 심리적 배려까지 포함되어 복합적입니다.
- 오전 (09:00~11:00)
고객(유가족)과 상담을 진행합니다. 어떤 계정을 남기고 지울지, 어떤 사진과 영상을 보존할지 구체적으로 결정합니다. 이때 유가족의 심리 상태를 고려해 배려 깊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 낮 (11:00~15:00)
실제 계정 접근 및 데이터 정리에 돌입합니다. 비밀번호 찾기, 복구 프로그램 활용, 클라우드 다운로드, 이메일 분류 등 기술적인 업무를 수행합니다. 동시에 중요한 자료는 별도의 외장하드나 보안 USB에 백업합니다. - 오후 (15:00~18:00)
불필요한 계정 해지, 개인정보 삭제, 사진·영상 편집 작업을 합니다. 데이터 삭제 시에는 ‘복구 불가능 삭제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며, 개인정보 보호법을 준수해야 합니다. - 저녁 (18:00~20:00)
하루 작업을 정리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결과물을 가족에게 전달합니다. 가족이 원할 경우 온라인 추모관이나 메모리얼 페이지 제작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4. 자격 요건과 필요한 역량
아직 국가공인 자격은 없지만, 디지털 유품 정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능력이 필요합니다.
- IT 역량: 데이터 복구, 보안 삭제, 클라우드 및 SNS 관리 능력
- 법적 이해: 개인정보 보호법, 상속법 관련 기초 지식
- 상담 능력: 상실을 경험한 유가족과의 대화 능력
- 윤리 의식: 고인의 기록을 존중하며 다루는 책임감
- 관련 자격증: 정보보안기사, 리눅스마스터, 컴퓨터활용능력, 민간 디지털 유품 관리 교육 과정 등
5. 장점과 단점
장점
- 미래 사회에서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은 신직업
- 단순한 기술 서비스가 아니라 유가족의 정서적 회복에 기여
- IT 지식 + 상담 능력을 함께 활용할 수 있어 전문성 높음
- 프리랜서, 업체 소속, 협력 계약 등 다양한 활동 형태 가능
단점
- 심리적으로 무거운 상황에 자주 노출 (상실, 죽음 관련 상담)
- 법적 문제(계정 접근 권한, 상속권 문제 등)로 제약 발생 가능
- 초기에는 사회적 인식이 낮아 고객 확보가 어려움
- 보안 지식과 상담 능력을 동시에 요구해 진입 장벽이 높음
6. 수익 구조 (구체적 사례 포함)
- 개인 의뢰
- 소규모 계정 정리: 30만 원~50만 원
- 사진·영상 대량 데이터 정리: 70만 원~120만 원
- 클라우드·SNS 계정 다수 정리: 100만 원 이상
- 패키지 서비스
- “기본 정리 + 추모관 제작” 패키지: 150만 원~250만 원
- “프리미엄 앨범 편집 + 영상 제작” 서비스: 300만 원 이상
- 장례 업체 제휴
- 장례식장, 상조 업체와 계약을 맺어 정기적으로 서비스 제공
- 월 고정 계약금 + 건당 수익 구조 → 안정적인 수입 가능
- 프리랜서 활동
- 경력과 평판이 쌓이면 월 400만 원~700만 원 이상 가능
- 온라인 홍보와 네트워크 확보 시 월 1,000만 원 이상도 사례 있음
7. 직업 전망
디지털 유품 정리사는 아직 생소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전망이 밝습니다.
- 디지털 자산 폭발적 증가 – SNS, 유튜브, 클라우드에 개인 기록이 급속히 쌓임
- 개인정보 보호 강화 – 삭제·정리 서비스 필요성 증가
- 고령화 사회 진입 – 유산 관리와 함께 디지털 자산 관리 수요 증가
- 해외 사례 확산 – 이미 미국, 일본, 유럽에서는 ‘디지털 애프터라이프 매니저’라는 직업군 활성화
8. 실제 사례
- 사례 1
50대 남성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진 가족은 그의 이메일과 SNS 계정에 접근할 수 없어 곤란을 겪었습니다. 업무상 중요한 문서가 이메일에 있었고, SNS에는 가족사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유품 정리사가 개입해 계정 복구 및 백업을 진행했고, 필요한 자료를 정리해 가족에게 전달했습니다. 가족은 큰 위로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 사례 2
한 노인의 사망 이후 방대한 클라우드 데이터가 남았습니다. 손자들은 추억을 간직하고 싶었지만, 불필요한 파일이 너무 많아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가 개입해 사진을 분류하고, 중요한 순간만 모아 디지털 앨범으로 제작했습니다. 가족은 그 앨범을 통해 기억을 소중히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며..
디지털 유품 정리사는 단순한 기술 서비스 직종이 아닙니다.
그들은 고인의 기록을 존중하며 남길 것과 지울 것을 구분해 정리하는 디지털 시대의 장례 전문가입니다.
물론 법적 문제와 정서적 부담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앞으로 디지털 자산이 더욱 늘어날수록 이 직업의 가치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과 공감 능력을 동시에 갖춘 전문가가 된다면, 단순한 직업을 넘어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